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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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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주말마다 홍대, 강남, 한남동 쪽에서 소개팅만 전전하며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정립된 루틴을 공유해볼까 한다. 단순히 ‘깔끔하게 입어라’, ‘매너 지켜라’ 같은 뻔한 소리는 생략하겠다. 이건 실전에서 상대의 텐션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심리적인 디테일에 가깝다. 첫 번째로 명심해야 할 건,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의 공백을 견디는 법'이다. 많은 이들이 침묵이 흐르면 불안해서 아무 말이나 던지곤 하는데, 그게 자폭의 시작이다. 초조해서 자기 TMI를 남발하거나, 면접 질문하듯 단답형 질문을 쏟아내면 상대는 금방 피로감을 느낀다. 대화의 흐름이 끊겼을 때 당황하지 말고, 여유 있게 물을 한 모금 마시거나 살짝 미소 지으며 상대를 쳐다봐라. 그 짧은 여유가 당신을 '가벼운 남자'가 아닌 '여유 있는 남자'로 보이게 만든다. 두 번째는 '질문의 방향성'이다. "무슨 일 하세요?", "취미가 뭐예요?" 같은 호구조사는 AI도 한다. 고수는 상대의 취향이 아니라 '태도'를 묻는다. 예를 들어 "그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어요?"라거나 "주말에 그렇게 쉬는 걸 좋아하시면, 본인만의 힐링 루틴이 확고하신 편인가 봐요?" 같은 식이다. 상대가 가치관을 설명하게 유도하면 대화의 깊이가 순식간에 깊어지고, 상대는 자신도 모르게 당신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세 번째는 식당 선정의 심리학이다. 너무 조용해서 숨소리까지 들리는 곳이나, 반대로 너무 시끄러워 소리를 질러야 하는 곳은 최악이다. 적당한 백색소음이 깔리면서도 조명이 약간 어두운 곳을 선택해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팁인데, 식당 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여기 괜찮다는데 가보실래요?"가 아니라 "미리 알아봤는데 여기가 평이 좋아서 예약해뒀습니다" 한마디가 상대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마지막으로 애프터 신청의 타이밍이다. 헤어지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잘 들어가셨어요?"라고 묻는 건 하수다. 이미 헤어지기 직전, 분위기가 가장 좋을 때 다음 약속의 단서를 던져놔야 한다. 대화 중에 나왔던 디저트 카페나 전시회 얘기를 끄집어내며 "아까 말씀하신 그곳, 다음 주 토요일에 같이 가보면 좋을 것 같네요"라고 툭 던져라. 현장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그날 밤 카톡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숙제가 된다. 소개팅은 결국 '누가 더 질문을 많이 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느냐'의 싸움이다. 당신이 긴장하면 상대도 긴장한다. 당신이 즐거워야 상대도 즐겁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