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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12***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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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때 군대 제대하고나서 복학하자마자 친구가 소개팅 시켜줘서 나랑 동갑내기인 여자애랑 첫 연애를 하게 됐었음. 그친구는 꽤 적극적인 편이었고 진도가 상당히 빨랐어서 사귄지 2주만에 관계를 하게 됐었음. 나는 그때 다 처음이었던 어리숙한 공대생이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대뜸 내 자취방에 놀러와서 대뜸 콘돔을 꺼내더니 정신차려보니 그렇게 첫 경험..?을 하게 됐었음. 서로 혈기왕성하던 시절이니 그 뒤로 틈만 나면 자취방으로 놀러와서 다짜고짜 바지벗기고 콘돔 씌워줬고 나는 그때마다 최선을 다함. 그래도 그친구는 내가 처음이 아니었어서 항상 그친구가 리드해주는 편이었음. 그렇게 발기차게 지내기를 한 한달여가 지났나, 어느날 갑자기 자기가 생리할 때가 지났는데 생리를 안한다고 걱정하기 시작함. 첫 관계 해본지도 얼마 안됐는데 이렇게 갑자기?? 하면서 어안이 벙벙했지. 분명 지식인에서 본대로 공기빼고 타이트하게 씌웠는데? 끝난 뒤에도 화장실 가서 새지는 않았나 항상 체크했는데?? 스물세살에 벌써 애아빠가 되는건가?? 하고 그자리에서 정신이 반쯤 나가버림. 자기 어떡할거냐고 빨리 니가 책임지라고 울고불고 하길래 일단 정신줄 부여잡고 산부인과로 데려감.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온갖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여친이 진료를 받고 나왔음. 대기실에서 멍때리고 있던 나를 보며 너는 내가 걱정도 안되냐 내가 혼자 편의점 가서 임테기 사오는 동안 무슨 기분이었을지 상상이나 가냐 하며 나를 다그쳤음. 그자리에서 진료 결과는 어땠냐고 물어봤다가는 크게 경을 칠 것 같아서 물어보지는 못함. 다행히 나중에 좀 진정이 된 뒤에 자기 입으로 말해줬는데, 착상 흔적은 없고 다행히 주기가 조금 늦춰지기만 한 것 같다고 했음. 일단 잘 추스르고 달래준 다음 내 자취방 데려가서 재우고, 나는 일단 전공 수업 들으러 갔음. 중간고사가 얼마 안남은 시기였어서. 그러다가 강의 도중에 잠에서 깬 여친이 ‘너는 지금 열전달이 나보다 더 중요하냐.’ ‘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니가 이럴 수 있냐.’ ‘니가 산부인과 진료가 얼마나 수치스러운지 아냐.’ 뭐 이런 장문의 카톡이 와서 다시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었음. 여튼 그 일 있었던 이후로 관계를 안한건 아닌데 한동안 꼬무룩하게 지냈었음. 그리고 너는 나랑 결혼할거냐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원래 나같이 잘 노는 여자가 나중에 너같이 조금 모자라지만 똘똘한 남자 잘 만나서 결혼하게 된다. 너한테도 좋은거다 뭐 이런 개같은 소리로 가스라이팅을 하기 시작함. 하루는 ‘나는 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왜 너는 나한테 그런 확신을 주지 않냐’, ‘너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없다.’ 같은 소리로 밤새도록 전화한 적도 있었음. 다시 말하지만 우린 그때 스물 셋이었음. 나는 지금도 그때도 꿈많은 공대생이었어서 언젠가는 내가 세상을 바꾸고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었는데 그때마다 ‘너같은 한낱 공대생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냐’ ‘여자들은 그런 남자랑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뭐 이런 소리로 자꾸 나를 깎아 내렸음. 그때 나는 학교 다니면서 스타트업에도 취업해서 공부랑 일 병행하고 있었고 걔는 4학년 다 되도록 인턴 경험 하나 없고 취준도 하는둥 마는둥이었음.. 그래서 상당히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남. 이런 연애를 계속 하기엔 시간과 정력이 너무 아까운 것 같아서 결국 헤어지려고 마음먹고 이별을 통보했더니 지금까지 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제발 자기를 버리지 말라고 울고불고 하길래 마음약해져서 헤어지지 못함.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는 바람에 결국은 완전히 헤어지기로 서로 합의함. 여기까지가 사귀고 나서 헤어지기까지 무려 두달 반 사이에 있었던 일 ㅋㅋㅋㅋ 마지막에 그래도 좋게 인사하고 좋은 추억 가지고 헤어지자고 했어서, 그냥 가끔 소식이나 알게 페북은 친구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음. 근데 어느날부턴가 그친구가 ’남자가 헤어진 여자 못 잊는 이유’. ’이별 통보하는 남자들의 본심‘ 뭐 이런 개뼉다귀 같은 글들만 골라서 좋아요 누르고 다니는게 자꾸 뜨는 거임. 그래서 거기서 남은 정 다 떨어져서 카톡이고 전화고 뭐고 깡그리다 차단해버리고 기억 저편으로 묻어버림. 그게 벌써 한 8년전 일이네. 그래도 그때 크게 데여본 경험 덕분에 이후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고, 철저한 노콘노섹을 지켜왔고, 무엇보다 나태해질 때마다 그때 받았던 상처를 생각하며 보란듯이 성공하려고 열심히 살고 있음. 지금은 그친구 그렇게나 바라던 안정 찾아 결혼 했을지 못했을지 조금 궁금하긴 함ㅋㅋ